임신하고 생긴 피부질환(입주위염) 극복기 -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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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육아&출산

임신하고 생긴 피부질환(입주위염) 극복기 - 1편

by 식집사 호비 2025.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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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가 겪었던 피부질환 극복기(ing)를 한번 써내려 보려고 합니다.

 

23년 1월. 임신소식을 알고 난 후 거의 바로 찾아온 입덧으로 힘든 시기를 지나고 나니

갑자기 얼굴에 여드름이 한 두개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사춘기 시절에도, 20대에도, 30대에도 여드름성 피부가 아니었던 터라

임신을 하니까 정말 몸이 많이 바뀌는구나... 호르몬이 참 무섭네?라고 생각을 하던 것도 잠시

하루가 다르게 번져가는 여드름에 밤에 잠도 못이루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조선시대에 피부병 때문에 죽는 사람들이 왜 있었는지 알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입 주변에 퍼진 고름들때문에 입을 벌려 음식을 먹기도 힘든 시기를 지나

이제는 화장하면 대충 감춰지고, 로션과 크림을 바를 수 있는 수준까지 좋아진 요즘이 되어서

드디어 제가 겪었던 피부질환에 대해서 작성할 용기가 낫습니다.

 

혹시 저랑 비슷한 피부 질환을 겪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정말 수많은 검색을 하고 계실 걸 알고 있기에

이 글을 한번적어보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1. 임신하고 갑작스럽게 찾아온 여드름?

 

저는 23년 1월 중순에 임신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지 저는 피곤하거나 생리시기가 다가오면 입 주위에 화농성 여드름이 한 두 개 정도 올라오는 정도였고,

살면서 피부과를 다녀본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10대, 20대 시절에는 피부가 좋다는 말을 듣고 살았었죠.

 

 

이 사진들은 제가 임신 하기 한 달 전에 찍은 사진들이에요. (2022년 12월)

기본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고... 이때까지만 해도 저의 피부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23년 4월. 입덧이 잦아들 시기가 되자 갑자기 입 주변으로 여드름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어요.

 

23년 4월~5월

 

 

이때까지는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휴직을 하고 있지 않은 터라

보는 사람들마다 피부가 많이 안좋아졌다고 힘드냐고 위로를 받는 정도였어요.

 

얼굴 전체에 여드름이 퍼지진 않았었고

그냥 호르몬이 바뀌어서 그러나보다하고 마음이 안 좋긴 했지만 멘탈이 흔들리진 않았던 시기입니다.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을 가면 의사 선생님께서 아이고 힘들겠다고 힘내시라고

이런 경우가 더러 있다고 말씀해주시는 정도였어요.

 

보기 흉하긴 했지만, 아파서 잠못 이룰 정도는 아니었고...

이것도 다 겪어야할 시련이구나. 이 또한 지나가겠지 하는 마음으로 버텼습니다.

 

 

23.6월~8월

 

 

그런데 시간이 갈 수록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어요...

 

입 주변으로 고름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입을 벌리면 고름이 터져서 밥을 먹기가 힘들 정도였고

너무나도 얼굴이 따가워서 잠도 자기가 힘들었어요.

 

산부인과 선생님께서도 이건 정말 지켜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며 대학병원 의뢰서까지 써주셨습니다.

 

하지만 큰 병원에서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었고, 정확한 병명조차 말씀해주시지 못했어요.

임신 중이었기 때문에 먹는 약이나, 바르는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해 주실 수 없었기도 해서

안타깝지만 그냥 잘 자고, 잘 먹고, 쉬는 수밖에 없다는 말밖에 듣지 못했어요.

 

임신 막바지로 갈수록 무거워지는 몸과 변해버린 피부에 스트레스가 절정에 달해서

잠 못 이루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23년 7월에 저는 휴직을 했고,

조금이라도 마음을 다잡으려고 블로그에 글을 조금씩 쓰기도 하고

태어날 아기가 그저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출산준비를 하며 버텼어요.

 

그리고 애기가 태어나고 나면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겠지?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고 빨리 아기가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사실 지금에서야 이렇게 몇 줄로 설명할 수 있는 시기가 왔지만

너무 속상해서 거울 앞에서 멍하니 변해버린 제 피부를 바라보며 

뱃속에 있는 아기를 원망도 했었던 것 같아요...

 

그 생각을 하면서도 이런 마음을 품고 있는 못된 엄마라는 미안한 마음에 죄책감을 겪어야 했어요.

 

그리고 23년 9월 저는 제왕절개로 세상에서 가장 예쁜 천사를 만났습니다.

 

 

2. 출산만 하면 다 낫는다며?

`

23년 9월, 출산 직후

 

 

조리원에 있을 때의 얼굴입니다. 출산을 하고 나니 그래도 눈에 띄게 붉은 기와 고름이 사라졌어요.

와 정말 출산이 답이었나? 생각이 들면서 빨리 좋아졌으면 좋겠고, 어서 빨리 약을 먹고 낫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어요.

출산 전에는 아기 태어나자마자 분유를 주고, 바로 병원에 가서 약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정말 작고 소중하고 그리고 정말 약하디 약한 제 아이를 보니

조금만 참고 모유를 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또 불행인지 다행인지 제가 모유수유에 꽤 적합한 사람이었어서

조리원에서 나와서도 아기에게 모유를 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출산하고 조금 괜찮아졌던 피부가 다시금 안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23년 10월 초 - 모유수유 시

 

 

잠을 못 자고 새벽수유를 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조리원에서보다 더 안 좋아진 피부를 보고 속상해하자

 

남편이 마음은 알겠지만 니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한 것 같으니 이제 그만 병원에 가보라고 먼저 말해줬어요.

 

출산하고 나서 사실 조리원에 있을 때 조리원 근처에 있는 피부과를 갔었는데 모유수유 중이기 때문에 먹는 약을 먹지 않는 이상 

크게 좋아지기 힘들 거라는 말을 들었고, 그 당시 피부과 전문의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주사피부염'이라는 진단을 해주셨었어요.

그 병원에서는 모유수유 중에도 바를 수 있는 아젤리아 크림을 처방해 주셨었고...

바르면 굉장히 따갑긴 했지만 발랐을 때 그래도 약간 효과는 있었던 것 같아요.

 

 

3. 입주위 피부염? 구순주위염 - 드디어 내 병명을 알게 됨

그리고 23년 10월 중순 드디어 피부질환을 잘 보시는 명의라고 소문난 의사 선생님이 계신 병원으로 찾아가게 됩니다.

 

선생님께 지금까지 제가 겪은 일련의 과정들과 사진들을 보여드렸는데

선생님께서 고생 많았다면서 혹시 어디 어디 병원을 다녀왔냐고 물으셨어요.

그래서 제가 임신 중 갔던 대학병원과 출산직후 다녀온 병원에서 들었던 진단명을 말씀드렸더니

 

아마 거기서도 정확하게 뭐다라고 말해주기 어려웠을 거라고

이거 아는 사람 별로 없다면서...

 

이건 주사피부염도 아니고 화농성 여드름도 아니고 구순주위염. 쉽게 말해 입주위 염증이라고 하셨어요.

 

제가 임신 때문에 생긴 거냐고 여쭤보니 그것도 아니라고 하셨어요.

피부 관련 전문 서적을 딱 펼치시며 저랑 비슷해 보이는 피부를 가진 여자들 사진을 보여주시며

이 피부질환은 정확한 원인은 불명확하고, 30대 여성에게 자주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해 주셨어요.

 

그리고 사실 치료가 쉽지 않고, 어쩌면 완치는 없는 병이라고 말씀해 주시면서

조급해하지 말고 치료기간을 길게 잡아야 한다며

사실 스트레스 없고, 잘 먹고 잘자면 낫는 병이라는 어떻게 보면 제일 답답한 진단을 해주셨습니다.

 

제가 그래도 대략 얼마나 잡아야 하냐고 여쭤보니 정말 3년 이상 걸리는 사람들도 있고,

사실 좋아지긴 하지만 완전히 낫지는 못할 수도 없다고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또.. 이제 막 출산한 애기엄마다 보니 체력도 체력이지만 잠도 잘 못 잘 거 아니냐면서

최대한 스트레스 안 받아야 좋은 거니까 쉴 수 있을 때는 잘 쉬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처방해 주신 연고와 항생제를 3주 치 받아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일단 제 피부질환이 어떤 거다라고 정확히 알게 되니 마음은 한결 편안해졌음을 느꼈어요.

 

그리고 모유수유를 중단하고 약을 복용하고 연고를 바르기 시작했습니다.

 

처방해주신 약은 미노씬이었고, 연고는 나딕사 크림이었어요.

 

 

 

약을 먹자마자 눈에 띄게 붉은 기운과 염증이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엄마와 남편이 훨씬 좋아지고 있다며 위로해 주었고 제가 느끼기에도 눈에 띄게 호전된 모습에 조금씩 희망이 생겼습니다.

정말 더디긴 했지만 붉은기가 줄어들고 있는 게 매일매일 보였고,

이대로 쭉 약만 먹어서 괜찮아지는 거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빨리 염증기운이 사라지고, 레이저 흉터 치료를 시작하고 싶은 조급한 마음까지 생겼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심해지진 않았지만 더 이상 호전되지 않는 마음에

이게 맞나라는 불신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첫 번째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긴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계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다음편에서 계속 이어서 작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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